영화 접속은 1997년 개봉한 영화로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서울 기준 관객수 67만으로 그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2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당시 한참 유행이던 "PC통신"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개기로 한국영화가 한 단계 더 세련되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이 글을 쓰며 그때의 추억이 잠시 잠겨 보려 합니다.
접속. 영화의 줄거리 배경. 그리고 전도연.
라디오 음악 프로의 PD인 동현. 어느 날 그에게 옛 애인으로부터 음반 한 장이 전해 집니다. 그 음악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이었고, 음반이 전해진 그날. 그 앨범의 수록곡이 신청곡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음악 Pale Blue Eyes를 신청한 아이디는 '여인2' 였으며, 동현은 그 아이디의 주인공이 옛 애인이라고 생각하며 연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인2'는 동현의 옛 애인이 아닌,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던 수현이었고 이를 계기로 동현과 수현은 서로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하며, 조언과 위로를 전해주는 사이가 됩니다. 동현의 제안으로 마침내 첫 만남을 가지기로 한 날, 동현은 그 옛 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게 되며 두 사람의 만남은 실패하게 되죠. 과연 그들은 만날 수 있을까요. 영화 접속은 당시 최고 배우였던 한석규에 비해 당시 신인이었던 전도연의 캐스팅은 의외였다는 평과 주위의 우려가 많았으나, 결국 전도연은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차지하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 시킴과 동시에 이후 우리나라 영화의 대표 배우로 성장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름 전도연의 팬을 자처하고 있는데요. 제가 그녀를 처음 눈여겨 본건 1995년도에 방송된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하희라의 동생으로 출연하여 배용준과 러브라인을 만들던 모습이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던 전도연이 이렇게 큰 배우가 될 거라고는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PC통신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지금은 사라진 'PC통신'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PC통신이 처음 나온 게 1991년 전후로 기억하는데요. 저도 그때쯤 용산 전자 상가에서 모뎀을 구입하여 처음 PC 통신을 접하였고, 당시는 대형 PC 통신 사업자 외에도 같은 개인 BBS들도 성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 BBS 중에는 '국영이네', '윤발이네' 같은 홍콩 영화 스타들의 이름을 딴 BBS들이 기억나네요.) 영화의영화의 주인공인 동현과 수현이 사용하는 PC 통신은 '유니텔'이었습니다. 영화 장면 장면마다 '유니텔' 화면이 계속해서 나오게 됩니다. 지금 보면 참 촌스러운 화면으로 보이긴 하지만, 당시 PC통신의 후발주자였던 유니텔은 다른 PC 통신 사업자들이 텍스트 위주의 화면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버튼들이 배치된 화면으로 세련된 화면을 선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니텔은 삼성 계열 회사로 PC 통신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사용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영화 '접속'을 계기로 사용자도 많이 늘었었죠. 제가 당시에 유니텔을 서비스하던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각 대학을 돌며 '유니텔' 설치 CD를 나눠주며 홍보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은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등 유명했던 PC 통신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 버렸고 모뎀을 통해 접속하던 소리, 텍스트 위주의 그 화면들은 추억에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
이 영화에서는 PC통신이라는 추억거리가 가장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면서 다른 장면들에서도 여러 가지 추억거리들이 보이곤 했습니다. 너무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수현이 타던 차가 기아 '아벨라' 였죠. 괜찮은 디자인으로 나름 인기몰이도 했었기에 '접속' 여주인공이 타는 차 이기도 했지만, 1997년 IMF 위기 때 기아자동차가 휘청 거리며 현금 결제 시에 30% 를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차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벨라가 저의 첫 번째 차 이기도 하고, 저도 현금으로 30% 할인받아 구매했었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중요한 신에서 극장과 그 주변이 배경이 되곤 했었는데요. 배경이 된 극장이 '피카디리 극장'이었습니다. 종로 3가에는 큰 극장이 3개가 있었는데, 피카디리. 단성사. 그리고 서울극장이 그 주인공이었죠. 피카디리 극장 앞에는 유명 배우들의 손모양이 찍혀 있는 '스타광장'도 있었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비치는 영화관의 포스터들은 당시 상황과 걸맞게 우리나라 영화는 거의 없고 외국 영화 포스터들만 볼 수 있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영화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만 소비하는 분위기였으나, '접속'을 개기로 우리나라 영화가 많이 유행했다는 것을 보면 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현이 영화표를 커피숍의 게시판에 꼽아 놓고 나오고, 동현이 그 영화표를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신세대들은 커피숍에 왠 '게시판' 인가하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는데요. 1997년까지만 하더라도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과의 약속이 어긋 났을 때 그런 게시판을 이용해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이야기를 하던 문화가 있었지요. 당시에 삐삐나 시티폰은 사용자가 많긴 했지만, 그때도 게시판을 이용한 소통이 적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세대들은 촌스럽게,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다시 본 지금의 제 시선으로는 여전히 세련되고 공감이 가는 그런 영화입니다. 다른 분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의 추억들을 많이 느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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